나는 없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나는 없다
가시 투성이 송이였다
해가 져서 어두워지면
부르튼 손가락이 현을 긋는다
염증이 벌겋게 고인 활대가 거미를 따라 어둠 속 공명통을 울린다
어둠의 껍질을 벗겨보라
가시 투성이 어둠을 한 움큼 벗겨내면
그 속엔 보늬가 애벌레처럼 꿈틀거린다
떨떠름하게 돋아난 혓바늘처럼 따끔거리는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내 슬픔 속에는 슬픔이 없다는 것을
보라
찬란하게 큰 칼 휘저으며 붉게 갈앉는 서쪽하늘을
一揮掃蕩血染山河
슬픔도, 고통도, 사랑도
거푸집 속에 끓어오르는 쇳물 같은 것
찰나를 벗어나면
나는 없다
댓글목록
grail200님의 댓글

[나는 없다]가 [나는 있다]로 읽힙니다
시가 그 역활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오늘 인터넷으로 주문한 강태승 시인님의 <격렬한 대화> 시집이 도착함.
동굴 같은 나의 아지트에서 박쥐처럼 매달려 밤새도록 읽을 예정임.......^^
언제나 졸글에 격려의 댓글,
고맙습니다.
그레일 시인님!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자아의 경계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보는
화자의 시선이 따듯하군요.
자기 부정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할지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콩트 시인님 고맙습니다~^^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부족한 글에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그리고
편안한 토요일밤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