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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을 캐러 가자, 아내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24회 작성일 22-05-01 13:30

본문





얼어 붙었던 떠돌이 별의 경락이 이 어디쯤일까?


우리하게 뻗쳤을 뜨거움의 실뿌리들을 지층 속에 남겨두고 

손끝에 달려 나오는 쑥 밑동에서 아내의 날개뼈 냄새가 난다


자전이란 떨어지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오랜 낙법 같은 것,

머리를 싸매고 바닥을 굴러야 살아 남는다며 몸소 시범을 보이느라

시퍼렇게 멍든 구체는 아내의 늙고 늙은 사부,


얼마나 통증이 깊어 생쑥을 살에 박고 뜸을 뜨는가?

쑥 캔 자리에 매화침처럼 따끔 따끔 찔러오는 햇빛,

봄이 와서 쑥을 캐는 것이 아니라

쑥 캔 자리에 피가 돌아 봄이 오는 것,


다 개수작이라며 

올봄에는 쑥도 캐러가지 않는 아내여!

쑥을 캐러 가자,

동상 걸린 땅에서 한기를 빨아 올린 저 뜨거움들을

멍든 경혈에 봉분처럼 올려 놓고 사혈을 삭이자

오늘 저녁은 쑥국이라도 펄펄 끓이며

누런 거품 와글와글 뒤집으며

우주의 냉기를 몰아내보자

양쪽 팔목을 포개어 관자놀이에 괴고 

익숙한 낙법 자세로 누운 아내여!

쑥을 캐러 가자!

















댓글목록

하늘시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쑥뜸 냄새와 봄이 왔다 가는 향기가 물씬 풍겨
우주의 냉기가 사라집니다
따스한 봄날에 돋아난 쑥이
봄같은 삶을 캐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건향을 빕니다^^

싣딤나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끄럽습니다.
시를 빼고 사는 일이 너무 없게 느껴져요.
시를 빼고는 누구를 만나도
제가 잘 못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 삶에서 시가 거의 다 빠져 나가버린 것 같아요
허공으로 날아간 풍선에서 공기가 다 빠져 나가버린 것처럼요.
ㅎㅎㅎㅎㅎ대인배처럼 웃는 것이 아니라
허파에 바람이 빠진 ㅎㅎㅎㅎ

감사해요. 하늘 시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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