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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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화 / 백록
메마른 곡우의 기슭에 웅크린 허기가 시도 때도 없이 춘곤에 사로잡힌다
때마침 뿌연 이팝나무가 야화野花의 향기를 소환한다
머잖아 비칠 밤꽃의 정기를 한껏 품고
밤에 피는 꽃, 분꽃이나 달맞이꽃도 꽤 좋지만
늙어가는 마당에 그런 야화夜花가 아닌
야한 야화夜話로 피우는
꽃들의 향기를
오늘은 제법 축축한 날
때아닌 몽정의 싹이 움틀 것 같은 지금은
아마도 천국의 25시 즈음
아기 고사리를 찾아 기웃거리던
허름한 바짓가랑이 사이
축 늘어진 발기의 표정으로
차마 갈기지 못하는 근성으로
노루오줌 찔끔거린다
댓글목록
최현덕님의 댓글

4월20일
봄철을 맞이하여 새싹과 새순이 돋아나고
농사시기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절기이군요
곡우사리, 참 맛난 조기라지요
살은 적지만 연하고 맛이 있어 곡우사리 조기를 가장 으뜸으로 쳤다고 합니다.
촉촉하게 내리는 봄비를 몽정과 은유한 화법이 명장답습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곡우인데도 가뭄입니다
아기고사리들 추운 건지 시절이 하수상한 건지
고개를 내밀다 말앗네요
마침, 오늘은 4.19입니다
하여, 하나 더 긁적거려봅니다///
에르네스토 라파엘 게바라 데 라 세르나(Ernesto Rafael Guevara de la Serna) / 김태운
잔인하다는 이 4월을 나는
과감히 ‘혁명’이라 쓰고
‘체 게바라’라 읽는다
다시, ‘책에 봐라’로 퇴고한다
붉은 동백꽃 뚝뚝 떨어지던
그날, 어느 섬의 항쟁
그 시작의 실패에서 비롯된
그리 머잖은 날
방방곡곡의 총궐기로
비로소 오늘로
자리매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