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修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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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8회 작성일 21-07-20 13:32

본문

修羅


어젯밤 일이다. 내 몸 속에서 죽순 하나가 자라고 있었다.

복숭아 빛깔은 낮과 밤이 다르다. 낮에서 밤으로 가는 그 미묘한 하늘 빛깔 변화가 푸른빛에서 주검의 빛깔로 자줏빛으로 질리다 못해 검게 시취가 유리창 안에 깔리인다. 복숭아 껍질 안에서 애벌레 하나가 기어나왔다. 

내 손톱 하나 위에 대성당이 서있다. 거울조각을 기워 만든 성모의 등 위에 당나귀 한 마리가 앉아있다. 잘린 대리석 단면이 매끄럽지 않다. 위태롭게 기울어진 바위가 제 아래 고여있는 우물을 노려보고 있다.  
 
담양에 가면 대나무들이 직선으로 좁은 쪽빛 하늘 향해 뻗어가고 잎들이 군데군데 죽어가고 있다. 그 잎들 사이를 걸어가노라면 내 곁에는 시 하나가 침몰하고 있었다. 나는 점차 해체되어가는 안구로 그것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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