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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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하늘시
새치가 애교를 부릴 때
꽃볼에 키스를 했습니다
쭈욱 끌어 안은 모가지 핏대는 흡입하는 숨결에
향기를 빼앗겨
바람도 할 말을 잃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의 뒷덜미에서
샴푸 냄새가 날 때
커피잔이 립스틱을 훔쳤습니다
각설탕의 안색이 뜨거워
노을 한잔에 낮달이 스러집니다
도도한 꽃잎위에 허리를 굽힌 무릎은
겸손하게 고개숙인
햇살의 정수리에 흰 머리를 뽑아 줍니다
풀꽃의 새끼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는
바람은 뼈의 소리를 청취하는 친구입니다
숙성 된 시간의 정원에서
너라는 꽃이 기억을 허물 때
커피로 머리를 감은 나의 꽃말은
마지막 향기로 남을 그리움입니다
밥 알갱이가 목구멍의 삶을 으깰 때
사랑의 넋에도 혼죽이 끓었지만
두툼해 진 약봉지가 식탁을
물 말아 먹을 때
움켜 쥐고 있었던 생의 호흡에 먼지가 차 올라
손 편지는 지문이 지워졌습니다
현관의 비밀번호에 박꽃이 피어 날 때
윤기 잃은 시신경에 안개꽃 한다발
꽁 꽁 묶인 기억들 까맣게 떨어져
우두커니로 서 있습니다
꽃이라고 쓰고
나이라고 읽습니다
댓글목록
선돌님의 댓글

'시' 라고 읽고
'고백'이라 풀어 봅니다
또한 ,
시인 자신의 현실 내지 어둠(?)을
때로는 꿈꾸듯이 , 혹은 처연한 언어로
황혼을 빌어 고백하고 있음은
평가받을만 하다고
믿습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하늘시님의 댓글의 댓글

꽃이 예쁘진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말과 같다고 하더군요
화원에 들러 이름도 모르는 꽃을 보며
멀지 않을 현실(?)을 조명하며 적어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힐링님의 댓글

감성적인 시적인 언어를 담금질이
언제나 눈부시고 있어
읽을수록 깊이 빨려들고 맙니다.
마지막 행의 반전의 미학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것입니다.
하늘시 시인님!
하늘시님의 댓글의 댓글

감성적인 힐링님이 읽어 주시니
더 감사하네요
남은 봄도 눈부시게 환해지세요^^
tang님의 댓글

혼돈을 와중에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魔의 역량에 물리고 있습니다
영험의 위세를 과중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늘시님의 댓글의 댓글

댓글 달아 주시고 읽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건강과 건필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