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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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캔
하늘시
페부의 북 소리를 노다지로 울렸던
당신의 마른 기침은
솎아 낸 대추잎 잔 가시가 피워 놓은 손가락 끝
목화꽃이 얼마나 아리는지 곪아 차렸을 것이다
흡기와 호기의 찬서리는
사계절의 농도에 물집 잡힌
물 댄 논둑 허파의 콧물 거름이 되었을까
아버지
당신의 등 껍질을 구운 밭데기는
타 들어간 고랑마다
등골의 심지에 실한 것만 파 내어
자갈밭을 뒹굴다 기역자를 잃어버린 괭이의 울음대신
골수를 다 체취해 가도록
한 여름 뙤약볕의 군불에 뼈를 지진
흙을 안주로만 일구고 살았던
아버지를 고아 황토빛 진한 곰국을 끓였다
호미 모가지를 비틀고 달린 매운 고추처럼
깻잎 머리를 따개주던 심지 곧은 들깨목처럼
죽도록 파 헤치고
죽이도록 따 내어야
들기름 한 병 짜게 내 주던 무식한 주름살 한 자루
해거름을 쥐어 주고야
물 한모금 막걸리 한 잔 목 축여 주었던
붉은 대추 주렁주렁
진절머리 다 털었던
주인의 길일조차 잊은 경운기는
틀니가 파절 된 엔진의 말 머리에
철밥 한 상 차려놓고
녹슨 달빛에 젖어 우는 박새 울음을
삽으로 퍼 내고
한 평 남짓 누운자리
도시의 편의점 한 쪽 구석에서
깻잎 백장을 지불한 캔 한병
소시지같은 대추 몇알 붉게 물고
거품처럼 발효 된 아버지를 훌쩍훌쩍 마신다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농촌은 지금이 한참 바쁜 시기겠군요.
시를 감상하며 아버지를 그려봤어요.
농촌의 아버지들은 참 힘들겠다 생각이 드네요.
시를 감상하며 좀 뭉클한 생각이 드네요.
좋은 표현도 곳곳에 잘 어울려 시가 더 빛이 나네요.
좋은 시 감상하게 되어 휴일이 행복해 집니다
고맙습니다 ,시인님. ㅎㅎ
남은휴일 잘 보내세요.
늘 건필하소서, 하늘시 시인님.
하늘시님의 댓글

아버지의 길일날
그리움을 주체못해 훌쩍이며 적어 놓았던
부족한 글입니다
서울에 살아도 시골출신이라 ..
저에게는 특별한 시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돌님의 댓글

막걸리 캔 이라는 소재를 의식의 깊은 물살로 끌어들여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으로 변용시키고 있음이
인상적인 시 한 편입니다
아버지 살아 생전에
자식 걱정 가득히 날마다
고단한 삶의 목마름을 달래주었을,
막걸리..
시를 읽으며
저 역시 오래 전에 작고하신
아버지가
가슴 사무치게 그리워집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하늘시님의 댓글의 댓글

아버지와 막걸리는 단짝처럼 붙어 다녔죠
고단한 삶을 잠시 달래주었던 둘도 없는 친구이기도 하구요
동일한 심정으로 공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남은 시간도 평안하세요^^
tang님의 댓글

심성이 인성되어 천성이 되니 각박과 고난 그리고 험난함이 득이 되어 숭고해질 때 까지
영체로서 존재되어 임 향하는 끝없는 각고의 수련, 모두의 갈 길 이었지만
이제는 헛스럽게 환타지 높음에 비굴할 정도로 어릿해집니다
각오로 지켜내야 하는 명제를 대하는 모양새입니다
하늘시님의 댓글의 댓글

하늘시의 시를 읽어주시고
댓글 주신 tang 시인님
고맙습니다
건강과 건필을 빕니다^^
코스모스갤럭시님의 댓글

정말 감칠맛이 나고 막걸리라는 술이 빚은양 언어의 정교함 정갈함이 이 진하게우러나옵니다
하늘시님의 댓글의 댓글

공감의 댓글 감사합니다
남은 하루도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