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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07회 작성일 25-01-28 00:35

본문

        - 폐가 -

 

가구들이 하나하나 떠났다

아내와 남편이 떠나고

아이들도 떠났다

현관을 지키던 개의 울음소리가 사라졌다

 

가슴을 열어 장기들을 기증한 것처럼

내 몸은 텅 비어 있다

 

내 주변을 기웃거리는 건 바람의 치맛자락뿐이다

자꾸 수축해지는 꿈을 꾸게 된다

 

대문은 누군가 들어왔으면 하는 눈치였어

내 그림자를 잠시 대문에게 맡겨두기로 했다

문틀을 가까스로 붙들고 있는 현관문

내 눈동자는 집안을 보려 안달 났다

창문의 유리는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으르렁 거렸다

창틈으로 손을 뻗는 햇살은 차가왔다

바닥엔 아직 비우지 못한 술병과 빈병들

빈병들이 불어대는 휘파람 때문에 몸은 움츠리게 된다

등 뒤에 바싹 달라붙은 내 그림자

귀퉁이를 지키는 하얀 거미줄이 너울거린다

어느새 내 옆구리에 달라붙은 달의 혓바닥

 

정숙해진 폐가의 가슴은 쓸쓸해 보인다

툭 건드리면 와르르 비명을 지를 것 같았어

낡은 바람이 기웃거리는 밤이 지나간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생의 부스러기들이 널브러져 있는 폐가를 보면
좋은 일로 떠났을까
나쁜 일로 떠났을까 생각이 복잡하게 얽히더군요.
잘 감상했습니다.
행복한 설명되십시오. 이장희 시인님.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일로 떠났겠죠.
어릴적 폐가를 간 적이 있는데
무서운 기분이 들더군요.
귀한걸음 감사합니다.
설 명절 잘 보내세요.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고나plm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슴을 열어 장기... 자꾸 수축해지는 꿈... 폐가의 가슴,
이런 문장들이 폐가를 더 폐가스럽게 하는 것 같습니다
폐가의 세계가 잘 표현된 듯 합니다
폐가의 그 어떤 것들이 시인님을 다녀간 것인지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설 명절 잘 보내십시요~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폐가라는 제목 쉽기도 한데 저한테는 어렵네요.
시인님이 잘 표현하실 것 같은데 언제 폐가에 대한 시 부탁드립니다.
귀한걸음 감사드려요.
설 명절 잘 보내세요.
늘 건필하소서, 고나plm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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