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흘리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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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흘리는 눈물
동풍이 비구름을 몰고 오자
앙상하게 뼈마디만 남은 나무들
한기에 겨운 나뭇가지가 온몸을 부르르 떤다
열꽃을 피우는 우듬지를 가만히 쓰다듬는 하늘
먹을 갈듯 검게 물든 마음이 버거운 듯 땅을 향해 눈시울 붉히자
비가 내린다
성에처럼 유리창에 달라붙은 빗방울들
공중에 주렁주렁 매달린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연이
우산 속으로 파고든다
그해 여름날
태풍에 휘어지는 바람처럼
잃어버린 우산의 기억
사랑은 이제
걸어온 발자국 따라 떠나가고 없는데
옹졸한 나는
조그만 일에 눈알이 박혀 성난 태풍의 뿔처럼 광분하고 있는가
댓글목록
안산님의 댓글

오늘 콩트 시인님이 펼치시는 낭만적인 스토리를 읽으며
시인님이 지니고 계시는 폭넓은 시적 소재를 파악하게 되네요.
제가 좋아하는 도니제트의 오페라 아리아가 연상되기도 하고
트리스타과 이졸데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도 더듬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이 시가 연상될 것 같습니다.
깊은 시 감상 잘 하였습니다. 콩트 시인님 .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젯밤 늦게 잠도 안 오고 해서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듣다가 긁적거렸는데
늘 그렇듯 나중에 읽어보면 부끄러움만 남습니다.
남은 설명절 잘 보내시고요,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