暴雪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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暴雪 속에서
늘 눈 덮인 非文 가파른
내 여인은 아카시꽃 따라 얼굴에 반다이산 그림자 물들어 버렸소. 내 여인은 빛나는 멸치떼가 재재바르게 넘나드는
폐선이 되어 버렸소. 명징한 차가움 속에서
지난 날의 빗줄기가 예리한 눈의 결정들로 바뀌어
내 의식의 흐름 따라 자꾸 모습을 변환해 나가며
몰려와 산을 에워싸며 광기에 찬 나비떼처럼 윙윙거리는,
잠시 사라져 험준한 산 저 꼭대기까지 몰려갔다가
요동치는 허공으로
솟구쳐 함께 사라지는,
그리하여
내게는 남아 있는 그녀의 초상화가 없소. 큰 붓에 청록빛 표정을 담뿍 묻혀서
이 가장 차가운 계절의 가장 뜨거운 순간을
황홀한 죽음으로 채우오리까? 사나운 눈발이 내 폐 속에도 불어닥치오. 눈발이 어느 여인을 불가사의한 적막
속에 가두고 사방 벽으로부터 꽁꽁 얼려버렸소.
도리이가 神聖으로 향하는 문을 닫으려 하오.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 거지여인이 도리이의 순결한
기둥 앞에서 불결한 아이를 낳는다오. 창녀의 배꼽 안에서 눈발이 내리고 있소. 창녀의 배꼽 안으로 들어가는 수많은 사람들. 창녀의 배꼽 바깥으로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 하지만 그 누구도, 빨갛게 질려 뒤척이는 탯줄에 목이 감겨
질식하지는 않는다오. 차가운 시선으로 스쳐 지나갈 뿐이었소. 나는 신성한 한쪽 눈이 실명하였고,
다른쪽 눈으로 그 여인의
찢어진 양막과 비릿하게 흘러넘치는 양수에 돌멩이를 던졌소. 동전 몇 닢을 함께 던졌소. 이때 눈발이 하늘에서 내려,
거지여인이 난산으로 죽기 전에 얼려죽여 버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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