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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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창가에핀석류꽃
이발소를 찾았지, 거짓말 하고 있더군
‘언니의 이발관‘*은 이발이 없는 옷가게였어
이 거짓말 유죄인가, 무죄일까,
뒤돌아서 가는데 간판이 내게 말을 걸었어
'탄다 디비라'* 하며,
저것들도 백신 맞았을까, 심각한 부작용이다
타는 것은 갈비살보다 더한 속사정 일텐데
환풍기 구멍으로 다비식 하는 황소 울음이
쉴새 없이 나오더군
이층 ‘아가리’* 노래방에서는 대낮부터 고래고래
고래를 잡고 있었어, 코로나 시대 즈음하여
임대와 임차의 역할 분쟁인지
경부 상행선 입장휴게소가 떠올랐지
더 지나 골목 입구 '먹고 쭈욱 뻐더'*라는
퓨전 포장마차 간판은 이해되더라,
안 먹어서 움츠린 사람들이
먹어서 뻗을 자들 생각하며 삼월 만 기다리는지
옹기종기
그 옆집의 옆집,
'우리도 한번 잘 구워보세'* 라는
칠십년대 패러디한 화목을 보고
양덕동 ‘핵발전소’*가 생각났어
마시고 취하거든 깨지 말라는 축복인지
저주인지 아리송해
‘외상은 어림없지’*라는 호프집 앞을 지나며
'스티브 잡술'* 칵테일 바의 맨하탄이 생각나는 오후였다
*실존하는 영업점 실명이다
댓글목록
싣딤나무님의 댓글

다른 시들과 다른 느낌이군요
솔직하고 살에 와닿네요.
개인적으로 마냥 아름다운 풍경화 보다
우리를 닮은 인물화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제 눈에는 참 와닿습니다.
ㅎㅎㅎ 스티븐 잡술...ㅋㅋ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귀한 걸음 주셨군요.
시인님의 시를 보며 감탄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삶의 행간을 잘 짚어 내시는지 ...
참 맑은 눈을 가지셨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시인님의 좋은 작품을 대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명절 잘 보내시고 늘 행복한 한해 되십시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