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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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 / 백록
비가 온다
한로를 따라 상강으로 가는 길목으로
내 님 같은 가랑비가 온다
가을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창밖의 그녀를 불러 술을 마신다
어느덧 남이 되어버린 인생사의 노래를 부르며
홀짝홀짝
혼술이 빗방울 같은 점 하나 아래아를 품으면
문득, 밥 한술처럼 들리고
거기에다 허기가 비치면
언뜻, 헌술로 읽히는데
희여뜩헌 소리들이 이명을 들쑤시는 순간
한라산마저 한숨에 들이켜버리는
하얀 술을 마신다
안주로 얼큰한 詩를 끓여
혼술을 마신다
너도 한잔 나도 한잔
나도 한 병 너도 한 병
부어라 마셔라
꼴값을 떨며
꼴짝꼴짝
댓글목록
선돌님의 댓글

코로나 사태 이후, 혼술과 혼밥은 사회적 미덕(?)이 되었고
그렇지 않아도 사람 간의 情이 메말라 가는데
인간 최후의 덕목인 詩마저 그 본령 本領이 희미해지는
단절의 시대가 된 감이 있습니다
시인의 처연 凄然한 심사가
마치 내 마음인 것도 같아
시에 기대어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안 . 건필하소서
소녀시대님의 댓글

그래도 꾸준히 창방지기로
김태운시인이 이번달 우수의원님으로
초빙합니다
좋은시를 추천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