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옷소매*(1차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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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옷소매*
날건달
샹젤리제를 걷다가
패션모델이 되었다가
무대에서 백턴을 하고 풀턴을 하고 더블턴을 하였지만 디자이너는 끝내 유턴 신호를 깜박이지 않았다
몽테뉴 거리에 도착했다
길섶에는 청춘의 속살을 발라낸 시절을 매장한 뼈 무덤이 뻥 뚫린 가랑잎 더미로 솟아 있었다
길모퉁이에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아이는 어스름으로 칭칭 싸맨 젖은 하늘을 정수리에 이고 있었다
아이는 바닥으로 시선을 한곳에 고정한 채 손가락으로 흙바닥을 휘젓고 있었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사랑도 가고 청춘도 가고
너도 가고 나도 가고
그 길가에 발광하는 오로라처럼 상공에 팔랑거리던 추억도 가고
남은 일이라곤
종일 양지에서 갈바람에 채이는 구겨진 신문지가 바스락거리고
통행금지를 알리는 사이렌의 성대결절로
영정 사진을 찍고
수의를 장만하는 일
아, 가을은 누렇게 익어 벌겋게 깊어만 가는데,
*본 윌리암스
*얼굴(동요)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누렇게 익어 벌겋게 깊어가는 가을...
단풍이 온 산을 물들이면 계절도 수의 한 벌 마련하는 셈이군요.
모든 푸른 것들의 장례식장에서 애가를 부르는 심정으로
이 글을 읽었습니다. 곱고 애틋합니다~^^
날건달님의 댓글의 댓글

오래간만에 지인들과 즐거운 라운드 다녀왔습니다.
초록은 언제나 사람을 기분 좋게 하더군요.
집에 도착하여 뒷정리하고
제가 좋아하는 오페라의 아리아를 들으며 시마을에 접속하여
저의 졸 글에 주신 시인님의 댓글까지 읽으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황금연휴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