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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83회 작성일 21-10-0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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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를 씹다가

언제부턴가 그밖에 등장인물이 되어버린 내 역할을 생각한다

를 번갈아 뇌까리며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본다

 

보나마나 여기는 외도지만

정년에 쫓겨 방방곡곡을 방황하다

무심코 내 처지를 맡겨버린

도시 밖, 외진 곳이다

 

옛 어르신들

오이밭에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 했거늘

나의 배경엔 애시당초 오이밭이 없었으므로

그런 우영팥조차 없었으므로

오얏나무를 오이로 오독한 것일 뿐

갓끈 역시 전설 같은 것일 뿐

어쩌다 외설에 휩싸인 거다

왜곡으로 휩쓸렸거나 

 

안주 삼아 씹는 오이가 오늘따라 왠지 씁쓸하다

창밖 한라산의 동태를 보니

어느덧 한로 근처로구나

그 밖에 있는 나는 어쩌다

한심한 외톨이 신세

아침의 시간들은 찰나로 보내버리고

말운末運이 어쩌고저쩌고 씨불이며

저물녘에야 점을 치는

꼬락서니로구나

 

점괘인즉

외딴섬으로 읽히는 여기에도 

내일은 해가 뜬단다

틀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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