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섬이 된 나는 모래섬 어디에 있나 > 창작시의 향기

＊모래섬이 된 나는 모래섬 어디에 있나

반쪽 남은 달이

물가에 놓인

모래자루 같다

또 비가 온다

겨울비가 하늘에 칠하는

오래 산 도토리나무색이

좋은지 싫은지도 모르겠다

한해가 할 일없이 길었다

내일도 아닌 일로 나를 찾아와

무거운 모래자루를 던지고 지나간 흔적들은 많은데

그들은 다 꼬리가 없다

꼬리가 없다는 것은

모래섬이 된 내가 그들의 발자국을 보고도 뒤쫓지 않는다는 증거

남은 한해도

점점 꼬리가 지워져간다

돌려주려고 기다리는

모래자루도 쓸모가 없다

굳게 닫힌 입이 필요할 때

그들은 모래섬에 나타나 다시 나를 찾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