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락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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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49회 작성일 19-12-27 10:20본문
보들락*의 추억 / 백록
너른 바당 대포 큰갯물*
내 삶의 시작 같은
그 개끝
바글바글헌 밥게나 쪼끌락헌 고메기 니껍을 돌 트멍 으슥헌 고망으로 쑤셔놩
한참을 조아리고 기웃거리다 보면
아부지 거시기를 닮은 놈이 낚시를 삼키기도 무섭게
살찐 미꾸라지처럼 꾸물럭거리며 올라온다
대가리째 삼키라는 칼슘의 몸짓인지
물컹한 단백질 육질인지
실한 맛 보란 듯
보나마나 이놈은 비실비실한 우릴 위한답시고 심심찮게 종종 보신을 시켜주던
그야말로 거룩한 희생이었다
기꺼이 제 육신을 뜯어먹어서라도 얼른 어른이 되라는 암시는 어쩜 저 대신 용
이 되어 승천하라는
그 속내는 이 섬의 아방덜 무뚝뚝한 표정을 닮았지만
그런 복이라곤 지지리도 없는 이놈에겐
그나마 하늘의 별 따기 같던
헛 나이를 처먹을수록 밥맛은커녕
거무튀튀한 아랫도리조차
언뜻, 거세기로 읽히는데
그마저 퍽 시원찮은 요즘 따라
그놈이 꽤 궁금하다
보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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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도라치'의 제주 방언
* 서귀포시 대포마을 포구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주에서나 볼 수있는 베도라치(보들락)
입맛이 살아나도록 내용이 깊습니다
그래서인지 향토적인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돌틈에서 서식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서귀포 어디쯤에 서식할, 그 거룩한 희생?
늘 고향에 맛과 풍속을 전해주신 시인님께 존경을 보냅니다
아울러 저무는 한해, 다음해도 만수무강 하심을 빕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보들락 입맛을 알아주시는 분이 계서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임다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