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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를 씹다가,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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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2회 작성일 19-12-01 12:12

본문

장어를 씹다가, 문득 / 백록


 
그야말로 희멀건 주검이다
미끌미끌 끈질긴 삶의 긴 흔적은
이미 벗겨진 시체
 
지난날 강으로 흘러들어가 전생의 비늘을 죄다 벗어버린 까닭은
허망한 용의 꿈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희망했거나 부득불 거친 물살에 저항하기 싫었기 때문이겠지
당신의 영혼을 품은 뼈대를 푹 고은 까닭은
정력을 구실로 삼은 하 잘난 영장의 골격으로 환생하고 싶었거나
 
늙어가는 내가 간혹 안절부절 꿈틀거리는 건
아마, 그런저런 탓이겠지
굶주린 어금니로 문득문득 씹히던 건
내 전생의 육신이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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