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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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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7회 작성일 20-10-11 23:43

본문





한밤중 방안에 누우면 사방벽 바깥으로 무엇이 저 소리를 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누워서 바라보면 천장이 날 노려본다.

 

나는 상상하기를, 저 천장이 피라미드라면 참 용하게 내 가슴 위로 떨어지지 않는구나. 참 무겁게 스스로를 지탱하고 있구나 하고 감탄한다. 


예리한 삼각형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솟아가다가 한 점에서 마주친다. 그것은 천칭처럼 삶과 죽음 사이에 균형을 잡는다. 삶에 조금 기울어졌다가도 내 잠은 검은 촛불을 엿본다. 까마귀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벽 안에서 들려온다. 


나는 개의 머리를 한 신이 한 손에 호로병을 소중히 들고 다른 손으로 한 끝에 활활 불이 붙은 지팡이로 벽의 균열을 깨우는 것을 본다. 


새하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책상이 내 방 한구석에 있고, 그 위에 쓰다만 시가 놓여 있다. 


시가 완성될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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