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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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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해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59회 작성일 20-04-26 07:07

본문

길게 자란 머리는 어깨를 덮어내리고

회색빛 헝클어진 머리칼에 안경을 숨기고

땟국에 절어버린 시오리 잠바에도

얼룩진 군화 닳아진 구두코에 꽃잎이 채이는 날


가슴에는 두툼한 책 두어 권과 노트를 끌어안고

수많은 밤 을 허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내었지만 

배불렀던 기억은 언제적인가 아득하니 잊혀진

돌아볼 것도  바라볼 것 그 아무것도 없는 나에 길


사랑도 미움도 모두 떠나버린 지금 

어느 때일까 끝 간 데를 알 수 없는 운명이란

이 세상에 한 삶을 역어내는 모노드라마  

사월의 꽃비오는 거리를 여울져 흐르듯이 

말 잃은 입가에 길어진 수염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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