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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같은 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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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3회 작성일 24-11-14 00:09

본문

수저로 살살 긁으면 먹기좋게 부서지는
사과 속살 같은 여자
사과 껍질 같은 샛빨간 군복을 입고
평생 전쟁터를 누볐지

젊어서는 남의 아파트 지어올리는 공사장 인부로
늙어서는 남의 아파트 청소부로 살아온 여자

억척스러운 삶의 퇴근길엔 막내딸이 좋아하는
과일 봉지와 붕어빵 봉지가 늘 손에 들려있었지
어린 나는 그 먹먹하고 퍽퍽한 달달함을
먹고 자랐지

혼자 아이 셋 키우느라 고된 삶에
심장마저 다 타버린 여자

물동이 이고 우물가에 나가면
동네 총각들이 줄을  섰다던 어여쁜 처녀가
싸움 잘하는 욕쟁이 할매가 될 때까지
출구 없는 바람 속에서 남몰래 흘렸을 눈물

사과 씨앗 같은 새까만 눈물이
가슴 한복판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사과 같은 저 여자
                                    ㅡ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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