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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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석양이 빚은 긴 그림자 끝에
황금빛 단풍이 매달려 춤을 추는 오후
오늘은 어제의 내일도 아니고 내일의 어제도 아니라는 듯
단풍은 오늘 만의 아름다운 시간을 향유하고 있었다
겨울을 예고하듯 서늘한 손길이
붉게 물들었을 내 뺨에 닿는 순간
제발 꿈이 아니기를 빌었고
꿈이라면 조금만 더 머물러 달라며 매달렸다
여름 한 철 소금밭에서 보낸 일상
빗물처럼 흐르는 땀은 허옇게 소금꽃을 피웠고
반전을 허락하지 않는 염천炎天은 매일
보잘것 없는 내 인내심을 시험대에 올리곤 했다
긴 기다림 끝에 맞이한 희열
황금빛 석양이 몰고 온 만추의 서정을 맛보며
사는 맛이 이런 게 아니겠느냐며
혼절하듯 몇 번이나 눈을 감았는지 모른다
해 질 녘 들국화 곱게 핀 둑길을 걸으며
무엇이든 한 구절 남기고 싶다는 간절함에도
빈약한 내 언어에 시는 없었다
저음의 감탄사만 신음처럼 입술 사이를 들락거릴 뿐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서산을 베어 문 태양이 서쪽 하늘을
곱게 써레질한 만추의 서정을 보시고
시를 건져 올리셨군요.
빈약한 언어가 아니라 풍부한 정서를 시로 잘 풀어 놓으셨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서산을 베어문 태양 ...
석양을 이렇게 표현하는 시어도 있군요.
아름다운 시어를 보며 만추의 서정을 음미해 봅니다.
미흡한 글에 주시는 격려의 말씀 늘 고맙습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감사합니다.
그대로조아님의 댓글

삽상한 가을의 메뉴들이
저마다 땟깔을 내는
맛스런 시 잘 감상했습니다.
환절기 건안하시길요....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더위를 많이 타고 땀이 많은 체질이라 지난 여름을 나기가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서늘한 가을바람을 쐬니
상쾌하고 이제야 살 것 같은 기분에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대로조아 시인님 찾아주셔서 반갑고 감사합니다.
시인님께서도 환절기 건강 잘 챙기시고 건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