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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은행나무 앞에서의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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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2회 작성일 24-11-06 00:07

본문

올 봄
작고 푸른 애벌레처럼
가지 끝에 메달려 꿈틀대던
은행나뭇잎

누가 날개를 달아주었나

가을엔
곧 무리지어 날아오를듯
노랑나비 날개짓한다

햇병아리 깃털처럼
쨍한 순수였다가
욕심껏 따가고 싶은
오만원권 지폐다발로도 보이는
가을 은행나무 앞에서
시간의 표정을
한잎 한잎 읽는다

초록이 다 초록일 땐 모르다가
나무는 가을이 되서야
잎이 물들고 나서야
자기가 감나무인지
단풍나무인지 안다

사람도 초록일 땐 모르다가
고난에 물들고 나서야 안다
자기가 가시나무인지
작약처럼 어여쁜 꽃나무인지    ㅡ 2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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