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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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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3회 작성일 21-09-09 13:02

본문

저는 천부적인 사기꾼입니다
파도가 밀려올 때 가만히 있고
파도가 밀려갈 때도 가만히 있습니다
착한 미소로 파도치는걸 바라보면
어느새 갯바위로 성난파도가 밀쳐옵니다
생긴건 어리숙하고 말도 잘하지 못하지만
가만히 바라보다 성질난 파도에 뛰어듭니다
그리곤 한데 뒤엉껴 휩쓸립니다
타고난 사기꾼이라 언제 그랬냐는듯이
물끄럼히 바라봅니다
사랑은 떠났고 파도는 잠잠해지고
괴로웠던 일도 사라집니다
이번에 큰 파도를 놓치면 크게 후회할지도
모를 서퍼처럼 달관하며 아쉬워 하지만
결코 가만히 바라보며 관찰하는 걸 놓지 않습니다
파도는 밀려올 때 피해야 하는걸 잘 압니다
파도는 밀려갈 때 휩쓸리지 않아야 하는걸
잘 압니다 다만 성난파도가 되기까지 기다립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만은 그러지 않기로 했지만
결국 파도가 끝없이 밀려왔고 피하지 않아
휩쓸리고 성난파도 앞에 작은 스스로를 느낍니다
언제든 당신도 파도 앞에서 작아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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