採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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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20회 작성일 20-07-15 09:31본문
- 蘭雪軒에게
1.
단애가 있었고 그것은 연꽃 깊숙이에서 아직은 숨을 참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었으나, 그는 내게까지 오지 않고 돌아서서 멀리 가 버립니다.
이 깊이를 언어로 환원시킬 수 있다면 그대에게 가 닿을 수 있을까요?
오후를 한줄기 초록빛 즙으로 흘려내면 벌레 몇 마리가 타오르는 여름 햇빛 속으로 엉금엉금 기어들어갑니다.
나의 등뼈에 후박나무 검은 혈관이 달아오르는 소리 들려옵니다.
나의 등뼈 안에 주홍빛 잉어 몇 마리 돌아다닙니다.
들여다보지 마십시오.
나의 폐 안에
나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염증이 고여 있습니다.
혈관을 끊고 그늘 속으로 숨습니다. 투명한 물살이 헤엄쳐 다가오고, 보이지 않는 언어가 나를 속부터 깨웁니다.
녹음 펄럭이는 장막이 조용히 닫히는 소리 들려옵니다. 청록빛 생생한 기둥이 물비린내 위에 세워졌습니다.
비늘을 떨어낸 그대여, 침묵하십시오.
그대를 위해 하루 종일 여기 서서 부끄러워하겠습니다.
2.
끝이 연분홍으로 살짝 물든
새하얀 독백이 청록빛 물결 속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시취는 말하여져야만 하는 것입니다. 죽음은 흠향하여야만 하는 것입니다.
들여다보면
어룽거리는 내 그림자는 온통 찢어진 것 투성이입니다.
옷을 입고 있는 것인지
옷을 입음으로 하여 내 나신을 가리고 있는 것인지
보이지 않습니다.
하여 그대는 이 연잎 가까이로 오신 것인가요?
역한 풀비린내 따갑게 바늘로 찌르는 햇살
그대를 불러들인 것인가요?
절정인 여름을 따라
이 많은 연꽃들이 무리지어 떠가는 곳
비췻빛 하늘을 반사하는
심연
거울을 들여다보며
하늘이 타들어가고 있네요.
내 정열은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속으로는 깃대 싱싱한
파랗게 혈관을 차오르는
생명을 들끓어 태우고 있습니다.
그것은 내 안애서 격렬한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까맣게 모두 타 버린 날
샛노란 자운영 까마득히 뒤덮인 산천에서
엎드려
황홀한 시가 되겠습니다.
영원이란 어떤 빛깔인지
어떤 감촉인지
들으시나요?
그것은 새하얀 천처럼
그대 손바닥을 스쳐 지나가나요?
그대여, 함부로
이 안을 들여다보려 하지마세요.
댓글목록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연꽃의 계절이 돌아왔나요? 조만간 금기를 깨트리기 위해 법기수원지를 다녀와야겠습니다.
난설헌은 저 연꽃을 보며 타오르는 情念을 어떻게 정화하였을지, 문득 그런 잡생각이.. 나의 정념은 또 어떻게...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초여름이 한여름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에 있나 봅니다. 잎이 무성해져가고 있더군요.
허난설헌의 채련사라는 시를 나름대로 변주한 것입니다. 시 속의 허난설헌처럼 저도 도돌이표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