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을 박다 > 창작시의 향기

못을 박다


단칸방에 이사 들어올 때 집주인이 벽에 못 박는 일 일절 없도록 해달라고 하도 못 박는 말을 해서 못 옷걸이는 생각할 수도 없고
그냥 의자 위나 빨래 건조대에 걸쳐 놓기로 하고 그래도 달력은 걸어야 하기에 철사 옷걸이를 이용하여 창문 틀에다 간당하게 걸어놓았다.
그러고 보니 벽이란 벽에는 집주인이 못 박는 거에 그토록 못을 박아서인지 못 박은 흔적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집을 짓고 처음 세를 놓을 당시 세입자들이 얼마나 못을 박아 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못 박힌 적 많아 마음의 도배를 몇 차례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주인이 없는 얼마 동안 마침 집 옆에 굴착기 두드려 깨는 소릴 업고 못을 한 번 박아 볼까도 생각했는데,
행여 서울에서라도 그 소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쫓아 내려올까 겁이 나, 못을 박는 일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