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문 속 회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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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몸집을 불린 도시의 아침은
어제를 일부러 기억하지는 않는다
회귀한 연어가 산란하는 것처럼 매일아침 골목은
단단했던 고요함을 부수고
체온 묻은 목소리들이 누울 보도블럭 위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발자국을 산란한다
최초의 얼굴을 찾아가는,
진화의 공식 같은 발걸음 속에 모이를 찾아야 할 도식이 들어있다
은하속의 별이 될 때까지 건조하지 않은 영혼으로
세상과 마주해야 할 이유가 들어있다
투명한 유리 공간 속으로의 투신,
이곳에서 잠깐의 기다림은 늘 망설임의 잔상이다
내면을 토막 내는 성찰의 고통이다
몸에 번진 독성을 스스로 해독하기 위하여
회오리바람을 삼킨다
기울어진 과거의 시간과 화해하고 내면의 상처는
상처로서 즐기며 지워나간다
회전문 속을 걷는 사람들의 등 뒤에서 요람과 무덤의 순환을 읽는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돌고 있는 길 위의 정거장,
새 떼처럼 모여드는 사람들이 괄호 안으로 들어간다.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현대 도시인들의 풍경을 현란하게 스케치 하는
이 단단한 붓끝은 언제나 가슴의 현들을 스치고 갑니다.
이 미묘의 파장의 가락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기억 언저리에서 맴도는 것은
우리 모두의 삶이자 죽음과 맞닿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회전문 속을 걷는 사람들의 등 뒤에서
요람과 무덤의 순환을 읽는다
이 시의 핵심 고리는 여기에 담아
어느 줄에 얹어 튕겨도 모든 것과 맞닿아 있어
가슴을 오랫동안 먹먹하게 합니다.
항상 이런 비장의 무기를 숨기고 툭툭 내던지는
시들은 곧 씨앗이란 사실을 안다면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두툼한 멋진 시인님의 시집 한 권을 읽을 수 있다면
이보다 감동의 벅찬 순간도 없다고 여겨집니다.
이번 추석이 아니라면 다음 추석에서
사고 읽고 싶은 충동이 앞섭니다.
이미 나와 있는데 미처 몰라 못 읽는 것인지
지금 준비 중인지 너무 궁금합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힐링 시인님,
매번 부족한 글에 늘 좋은 말씀으로 함께 해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가끔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도는 회전문을 이용할 때가 있는데
그 순간 여러가지 생각들이 충돌하기도 합니다.
작품 준비가 되면 힐링 시인님께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관심 갖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필하시길 빕니다. 힐링 시인님.
tang님의 댓글

도시에 관한 시가 거의 없어 생활 속의 자기애를 충족시키는 시를 찾기도 하는 어려움이 해소되어
새로운 운으로 승격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승화됨으로 불교의 교리를 대입하기도 쉬어졌습니다
가짐과 품위로 생명의 향연을 즐길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향유하는 찬란한 여정을 다음 번에 기대합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tang 시인님,
부족한 글에 힘을 실어 주시는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한가위 명절 잘 보내시고
편안한 밤 보내십시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