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전역(杻田驛)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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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전역(杻田驛)에서
간이역에 가고 싶어라.
세상에서 가장 고독하고 높고 외로운 곳.
하늘 바로 아래서
고독을 견디어 가는 곳.
간이역에 가서 혼자
하루 종일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고 싶어라.
빈 바람에 삐걱삐걱 돌아가는 풍향계.
아무도 없는 역사의 먼지 낀 유리창.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나무 한 그루.
역사의 문을 열면 쩌렁쩌렁 산바람이 얼굴에 와 맞닿고,
햇빛의 편린들 정적 속에
차가운 철로 위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는.
이렇게 서서
머얼리로 사라지는 산의 능선 바라보며,
운무 피오르는 산마루
가뭇 젖어가는 편백나무숲 바라보며,
베인 혈관 속으로
영원을 호흡하고 싶어라.
흩어졌다 다시 모여드는
구름만이 내 곁에 있은들 어떠랴?
얼굴 가린 네가
저 까마득한 아래 비췻빛 바다
고립된 섬이 되어
내가 영영 닿을 수 없다 한들 어떠랴?
짙어가는 청록빛 눈물이
내 망막 속으로 아프게
흘러 들어온들 어떠랴?
나 혼자 여기 서서
숨막히는 정적을 응시하며
세상의 절정 앞에 멈춰 있는 것이니.
세상의 절정 속에서
아련함이 흩어지지 않고 그저 모여든다 하여도,
나 혼자 거기 황홀하여
영겁을 무디어지지 않는 것이니.
하루 종일 기차가 오지 않아도
텅 빈 역사에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아도
가슴 시리게 그리운 그곳
나 간이역에 가 닿고 싶어라.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시심이 이입되는 마력적 성질이 괴이하고 엉뚱한 설계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해 혼의 활로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미묘하고 정취직인 가늠은 괴이하고 엉뚱함에는 적합했습니다 영적 가늠에는 한 발 다가갔습니다
환타스틱함이 놀라움을 섭렵하여 마력적 성질을 이뤄내기 기대합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늘 날카로운 말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