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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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22회 작성일 20-08-21 00:02본문
파르스름한 소녀여 진주 안에 갇혀 배롱나무 잎 싸락거리는 소리로 까마귀 그림자 밤하늘 높이 떨리는 거미줄에 목 매단
나의 쾌락이었나 차라리 소음이었나 심연이었나 터번을 두른 산호가지 진주알들이 네 양 귓볼에서 진주이기를 멈춘
잎맥이 조용히 뻗어 허공의 일부 되어가는 소리 부드러운 선율이 고운 하관으로 흘러가는 글라스에 와 부딪치는 나방이 흘리는 가루
닦아내도 닦아내도 해무(海霧)가 운다 내 등뼈 속을 불어가는 황금버섯의 포자 수직으로 창(槍)을 세운 매운 서리도 하얀 보석임을 알겠다 밤에 잘려나가는 꽃숭어리들 또한 간절한 보석임을 알겠다 한가운데 금이 간 투명한 거울이 편안한 자세로 레몬즙 안에 고여있다 새하얀 천으로 얼굴 감싼 황홀한
찰나에만 존재하는 너의 표정 찰나가 지나고서야 진주는 견고하고 쓸쓸하지만 쌓으려해도 쌓아올려지지 않고 울림은 전해지지만 미동도 않고 바다 깊숙이 잠긴 고통이란 이름으로 존재하는 보석 폐혈관 끊긴 청어떼 몰려드는 아가미 속 빨간 날개를 뜯긴 보일듯 말듯 내 언어의 모습도 마땅히 이러해야한다는듯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미처 다 소화해내지 못하는 독자로서,
이국적이며 정글의 넘치는 꿈 같은 시인님의 시,
늘 잘 읽고 있습니다.
다작을 하시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기품을 유지하시는 게 부럽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과찬이시네요.
저도 너덜길님의 예지 넘치는 시 잘 읽고 있습니다. 굉장히 사유가 깊으신 분 같습니다. 그 사유는 현실생활에 뿌리 박은 단단한 것이구요. 너덜길님의 시가 부러울 때가 참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