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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푸른 노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73회 작성일 24-09-08 13:51

본문

쇼팽의 푸른 노트 


여름밤. 파랗게 꿈틀거리는 것은 

등불이고,

목을 축축히 적시는 것은 들판을 지나가는 여름비다. 바람 바깥 그의 노트에는 

각혈하는 오렌지 냄새가 배어 있다.   


루이 아라공과 기욤 드 아폴리네르가 창가에 턱을 괴고,

주홍빛 껍질 벗기듯 

철 지난 유행가를 흥얼거린다. 

달빛만으로도 날 질식시키기 충분해요. 희미한 달빛으로 

충분해요. 음표를 닮은 아우슈비츠의 비 플랫 가스로 

충분해요. 뭐라구요? 


흰 건반이 가던 길을 멈추고 묻는다. 실크 장갑이, 휭휭 돌아가는 마차 바퀴가, 

저 센강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익사체들을 세고 있다는 듯이. 등이 부풀고 부풀다가 

뻥!하고 터지는. 눈알이 튀어 나오는. 

귓바퀴 쓰다듬으며 청중들은 

구토하기 시작한다. 

늑골이 드러난 강바닥을 솔로 깨끗이 닦자, 

드러나는 것은  

허덕이는 파리 거리의 복잡한 지형도.

창녀들을 위해 

바닥에 깔아 놓은 돼지 내장들. 폭탄을 핥고 있는 

혀들.   


시인의 이마에 돋아난 새까만

더듬이가 촛불을 꺼 버렸다. 

 

마차의 

창으로부터 퍼덕이는 작고 힘찬 날개 

벌레 한 마리 날아들었다. 결투용 피스톨에는 

총알 한 발이 장전되어 있다. 늑골이 하얗게 드러난

달빛만으로도, 그는 가냘픈 촛불 하나 일렁이고 있는

집을 찾아갈 수 있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profile_image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적 형상에 생명의 음울성을 이입하여 승부를 위해  순리와 역행의 이행력을 걸었습니다
하여 시심의 韻에 투여된 형상은 존재로서 순리와 역행을 따랐나 체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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