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옆엔 인도가 없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으면
이토록 끝이 보이지 않는 밑줄을 땅위에 그어 놓았을까
영원의 시간처럼 박힌 소실점을 따라
무한 질주했을 쇠바퀴가
얼마나 많은 생의 밑줄 친 보따리를 종착역까지 실어 나르며 버짐 핀 바람을
둘로 쪼개 놓았을까
토막 난 마디음을 헤아릴 수없이 삼킨 환한 입술,
마모된 시간이 은빛이다
밑줄을 물고 구르지 않으면 할 일이 없는 바퀴의 둥근 입술에
붉은 가슴을 쓸어내린 노을이 묻어있다
밑줄 위를 달리는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는 고요는
또 다른 과녁을 향해 질주할 바람의 무늬로 채워져
단단한 눈물을 말린 몸속에 쉰 목소리로 갈라진 길을 낸다
밤의 벽화에서 튀어나온 고뇌의 꼭짓점이 갈리고
멀리서 둥근 입술이
어둠을 도정하는 소리로 등을 돌렸던 기억을 끄집어내면
나는 그제서 가장 낮아진다
뜨거운 그늘이 얹힌 순례자의 언덕을 오르듯
닫힌 시간을 열고 등뼈로 숨을 쉰다
참았던 울음을 부르는 기찻길과 나란히 가기에는 명치 끝에 매달린 추가 아직 무겁다
이따금 하늘 위에도 내가 꼭 알아야 할 그 무엇인가가 있어
하얀 밑줄을 굵게 그어 강조한 비행운을 삼킨다.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서부우회도로와
천길 옆에는 인도가 없다
이 두 시 장점을 뽑으라면 유년의 기억으로부터
출발이다.
그 세계를 통해서 세상과 소통이고 지난 시기의
곡진한 삶을 엮어 온 순간들이 시행 속에 녹아들어
심중에 울리는 파급 효과 자못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시간의 저편으로부터의 생의 근원에 닿고자
치열함이 곳곳에 장치 되어 심금의 가락을 빚어주고 있습니다.
명치 끝에 매달린 추가 아직도 무겁다
과거의 추억의 존재만으로 끝이 아닌 거기에서 출발하는 생의
모든 것이 얼키고 설켜서 생존의 길을 찾아 나서는
지난 반세기적인 고뇌와 희망이 교차라는
이 시점을 절묘하게 엮어 시의 긴 여운을 남겨 놓아
우리들의 시선을 붙들고 놓지 않습니다.
그만큼 시인의 치열함이 강렬하고
지고지순한 길을 가고자 하는 먼 고행들이
우리의 미래의 거울 같아 참으로
가슴으로 읽혀지는 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힐링 시인님,
변변치 않은 글, 그것도 늦더위 먹은 글에
이토록 정성스럽게,
장문으로 저의 시 세계를 좋은 쪽으로 감평을 해주시니
몸 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매번 주시는 글, 저의 글보다 시인님께서 분석하신 글이 월등히 우수합니다.
저의 글은 별로인데 너무 고급스럽게 포장해 주셔서 부끄러워 지기도 합니다.
격려의 말씀으로 잘 받아 모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힐링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