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바람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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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바람났네 / 최현덕
산과 들에는 꽃이
바람을 타고 너울너울 춤추네
꽃은 나비를 부르고
바람은 신바람 났네
가을바람이 나팔꽃을 담장에 올려놓고
나팔꽃과 바람을 피우고
날빛이 가을빛에 물들어
허 벌판에 달맞이꽃이 고개를 숙였네
산기슭 싸리나무 끝엔 가을이 앉고
뱁새의 씨익씨익 울음 소리는
토막토막 가을이야기로 수선해
어둠 속에 깨어난 하루는
여름과 업어치기로 한판승 했네
가을바람이 내 인생을 물들이고
돌봐 주지 않는 공허한 벌판에는
가을 리본을 단 고추잠자리가
달맞이꽃 끝에 앉아
깊어가는 가을과 밀어 중이네
계절풍은 가을바람을 낳고 또 낳아
달맞이꽃에 씨를 가득 안기었네
가을이 바람 났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여름을 밀어내는 가을 바람이 무지개 색입니다.
가을 리본을 단 고추잠자리...어떻게 하면 이런 절묘한 표현을 끌어 당길 수 있는지요.
시인님의 깊고 순수한 안목을 엿볼 수 있는 시 감사히 잘 모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최현덕님의 댓글

늘 과찬에 몸 둘 바를...
꿈 보다 해몽이 좋으면 꿈이 춤을 춘대요. ㅎ ㅎ ㅎ
지끗지끗한 살인 더위가 물러선듯하여 써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수퍼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