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민들레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스웨덴 업무출장 시 식당에 들어가서
한 동양인 종업원에게 음식을 주문했을 뿐인데
그는 왜 나에게 적의 띤 눈빛을 흘렸을까
그는 마른 체구에 키가 작고 얼굴이 몹시 창백한 동양청년이었다
마치 벼랑 앞에 서서
기억하기 싫은 구겨진 시간을 지우려는 듯
나를 대하는 모습이 어딘가 조금은 불편해보였다
피부색깔이 다른 작은 동양인이
체구가 큰 북유럽 사람들과의 틈새에서
하얀 피 흘리는 침묵으로
얼마나 많은 빙하의 시간을 홀로 견뎌내야 했을까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셀 수없이 다가온 물과 기름 같은 관계의 이미지를 스스로 학살하지 않았다면
버티지 못했을 고통스러운 장면들이
빛바랜 활동사진처럼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누군가 떠먹여준 모욕과 모멸을 환약처럼 삼켰을
청년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내 눈에서 해일이 일어날 뻔 했다
그가 나에게 적의를 품었던 것은 그를 버린 조국에 대한 원망이었음을 알았다
사람들에게 짓밟히면서도 보도블럭 사이에서 피어나는 노란 민들레를 생각했다
명치끝에 매달린 통증 한줄기 묵직했다
그는 북유럽의 변방에 이식된 노란 민들레였다.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정체성이 혼재된 문화 속에서 충돌을 느꼇을 그분의
혼란함이 무엇인지 알 듯 싶습니다.
시인님이 그분의 생을 알 길이 없어 당황스러움에
어떻게 대체해야 하는지
그 순간이 난감을 함을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전혀 안면도 없는 분께서 정체성이라는 혼란을
홀로 삼키며 동양인에 대한 적의라는 이 앞에서
진정 더 가슴 아프게 합니다.
이것을 뛰어 넘어 민들레라는 시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그 사람을 대변하는 뛰어난 시제와
그 속에 내재된 아픔을 끌어내어 꽃으로 승화 하는
시인님의 진정한 고뇌가 녹아들어 그 영혼까지 감싸는
사랑의 시선이야말로 두고 두고 기억하고 싶습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국내 모 대기업 중간 간부로 근무할 때
설비도입 차 스웨덴 출장가서 식당에서 만났던 한국 청년의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백인 사회에서 유색 인으로 살아 간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서러웠을까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렸을 때 스웨덴 가정에 입양됐을 텐데 그래도 청년으로 성장한 모습 대견하기도 하였으나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한국인의 끈질긴 생명력, 그는 민들레였습니다.
마음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힐링시인님.
최현덕님의 댓글

젊은 시절 한 인물 하셨네요.
출장을 스웨덴까지 가시고......
그렇죠, 삶이란
원래 끈질긴 거니까요.
인생은 모진거구요.
경험을 통한 민들레 이야기 잘 듣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오래전 일입니다.
그때는 참 의욕적으로 일했지요.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기세 등등 하던 더위가 조금 누그러져 지낼만 합니다.
늘 건강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