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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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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9회 작성일 21-07-03 15:59

본문

어스름녘
더듬이가 잘린 사내가 물가에 앉아 있어요
발치에 두 발 곧게 뻗어 누운 그림자
손가락 끝으로 꾹꾹 눌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더듬을 수 없었어요
밤하늘에는 해바라기 꽃잎만 샛노랗게 한들거려요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곤 물가에 앉아서
내 망막의 뒤편에서 가라앉았다, 가만히 떠오르는
물의 지문만 더듬거리는 것뿐예요

중력을 버티지 못한 해바라기 씨앗처럼

발치하지 못한 어금니의 통증이 어스름 속으로 툭하고 떨어지자

물안개가 웅크린 온몸을 풀기 시작하네요
두 발 잘린 사내의 휠체어가 수몰지구 비탈길로 곤두박질쳤어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내가 나를 바라보네요 
천국에 가면 두 발로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을 거예요 


<시작노트>

음악은 늘 새롭습니다. 그래서 저뿐만아니라 모든 이들의 주린 정신의 주머니를 채워주나 봅니다. 저는 지금 어두운 땅의 그림자를 밟으며 밤하늘 속에 간간이 빛 그림자 남겨주는 별 꼬리의 비행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왔다가 문득 사라지고 마는 그 짧은 비행의 시간 속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를 감상하며 오늘 아침 도로의 가장자리에서조차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 휠체어 앞에 선 택시 기사의 정신 차리라는 말 한마디, 우리는 각자 아침부터 어디를 향해 다들 바삐 걸어가는지 어머니의 손가락을 놓친 아이의 불안한 마음으로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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