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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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창이 생긴 구름이 자세를 자꾸 바꾼다
내가 눈물이라고 불렀던 것은
덧난 상처를 꿰매는 밤하늘의 별이었다
내가 안개라고 불렀던 것은
돌아갈 때가되면 흔적을 지우는 신의 부드러운 손바닥이었다
내가 화장장이라고 불렀던 것은
다시 자궁 안으로 돌아가기 위해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정거장이었다
내가 나를 본 것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정신없이 끊어먹은 내 꼬리의 그림자였다
내가 신의 웃음을 떼어 낼 때마다
신의 눈에서 젖은 꽃잎이 떨어졌다
신의 손에서 빼앗은 세상은 내 낮과 밤의 배경이 되길 거부했다
괄호 속의 세상에 너무나 많은 오답을 기입했다
내가 삼킨 회오리가 컴컴한 내장을 휘감고 역류했다
싫어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내 입에서 튀어나올 때 나는 나를 읽었다
비로소 진짜 나를 보고야 말았다
내 등에 붙은 수화물표에 수거일자가 누락되었다.
* 늘 좋은 시 주시던 안희선 시인님이 안보이셔서 염려됩니다.
시인님의 시 제가 기다립니다.
댓글목록
최현덕님의 댓글

인생의 뒤안길을 세세목목 잘 새겨주셨습니다.
갈 때가 되면 가는것인데
그늘진 목소리 보다는 청명한 목소리로 바꾸어 불러봅니다.
오래 살고 싶거든요. ㅎ ㅎ
수퍼시인님의 옥구슬같은 시어와 시구에 홀딱 반해 갑니다.
션한 팟빙수 한사발 택배 보내드립니다.
김재숙님의 댓글

그늘진 목소리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알아채는 그런 연유로 진짜인 시인님의 모습도 살짝보게되는군요
좋은시 감동으로 읽었습니다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최현덕시인님,
김재숙시인님,
많이 부족한 글에 힘을 주시는 마음을 얹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더운 날씨에 건강 돌보시며 좋은 글 많이 빚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힐링님의 댓글

이 여름 구슬땀을 쏟아가면서
건져올린 이 시어들은
반복법까지 동원해 낭송의 필까지 덧붙이고 있어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저절로 암송에 가까운 시어들이
영혼 속에 음악처럼 흐르는 것을 체감하게 합니다.
내재율에 심혈을 기울렸다면 이제는 음악성까지
불러온다는 것은 시어를 자유자재로 다르면서
이끌고 가는 시인님의 독창적인 시작법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큰 박수를 보냅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더위 먹은 글에 이토록 과찬을 얹어주셨는데
더욱 분발하라는 격려의 말씀으로 모시겠습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 되십시오. 힐링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