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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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가파른 길 따라 우마차의 바퀴가 헛돌아갑니다. 황소는 웃고, 아이들은 옆구리에서 폭죽이 터집니다.
쏟아져 나온 내장처럼 비릿한 녹음 안으로
웅크린 초가집이 산고를
치르고 있습니다.
구멍 송송 뚫린 현무암으로,
중첩된 집들과 흩날리는 아이의 윤곽을 쌓았습니다.
게딱지처럼 등이 굽은
검은 낯빛의 기둥 세개가 문을 막고 있습니다.
손바닥만한 방이지만 폐병으로 창백한 방바닥.
비린내 나는 생리를 하고 있는 솥뚜껑.
초가집 지붕에 서서 머언 비췻빛 바다를 보는 사나이가 있습니다.
부풀어 오르는 열대림.
산굼부리 휘어진 등뼈 속에 아이들 몇을 키우는.
바닷속에는 고단한 소용돌이
얼굴에 미역이랑 따개비들이 달라붙고
금새 쓱쓱 자라느라
팔다리가 아픈 칼날들.
돌로 만든 달이 허공에 떠 시리도록 단단합니다. 딱딱한 게껍질을 씹습니다.
비릿한 게즙을 목구멍으로 넘길 때,
팽이꽃들이 소란스레 그가 사는 집을 덮어 갔습니다.
좁은 방바닥에
미처 찬바람이 소화하지 못한
사나이와 아내 그리고 두 아이들이 녹슨 태엽처럼
누워 있습니다. 뜨거운 소화액에 온갖 표정들이 녹아 버리는
그의 맨얼굴이 겨울바람을 붑니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저는 요즘 피아니스트 임현정에 빠져 있습니다.
갠적으로 클래식에 허우적거립니다.
촌스럽긴 하지만 그게 저에겐 참 좋습니다.
아리랑처럼,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처럼요,
한 마디 한 마디가 시의 행간처럼 다가오거든요.
오늘 주신 시인님의 시를 감상하며
특히,
<게 딱지처럼 등이 굽은 검은 낯빛>
이 시귀가 저의 가슴을 찌릅니다.
마치 지금 이 순간,
아이유(IU)의 피아노 연주곡,
Love wins all 처럼,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처럼요,
건필하십시오~~ 코렐리,
자운영, 시인님~^^
그 붉은 잎새,
저를 향해,
세상에 주린 저 같은 우릴 위해
손수건 휘날리듯~~~~
당신의 시구에 밧데리 충전하고
오늘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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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