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질을 벗겨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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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질을 벗겨내며
현미경 속의 여름이
쪼개진 세포 한 조각으로
태풍의 거리에 흩어지네
어쩌다 새로 산 바짓단에
발은 흙탕물에 젖은 길눈같이
펄럭이는 거리를 뛰었다
아직은 운명이 들려오는 쪽 넘어
거칠한 각질을 벗겨가며
곽 다문 유리문을 힘껏 두드리며
부레에 감긴 젖은 시간이
떠올랐다 잠기는 강물로
눈물 같은 세레니데가 쿨럭이고
감기는 시무룩하게 왔다 갔다
여름의 끝인가 보다
몸을 더듬는 늙은 계절의 손마디가
헛웃음으로 들리는
누에처럼 꾸물거리는 버스 안에서
그림자 없는 사람들이
저녁 혀를 빼물고 걸어오는
기억 속을
앙다문 틀니로
또 다시 어긋난 시간표를 들고 마는.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여름은 아직도 세포 분열하고 있는데
이제 길고 지루한 시간의 각질을 털고 또 하나의 가을이라는
새로운 주소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늘 건필하소서.
김재숙님의 댓글

유난히 더운 여름에 하루를 저당잡힌 기분입니다
들러봐 주셔서 감사드리며 건필하라는 말씀에 힘이 납니다
활기차고 건강한 하루 되십시요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