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가을에 대한 분노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고운 단풍으로 물들지 못한 채 뜨거운 햇살에 타버린 나뭇잎이 검붉은 배를 뒤집고 누워서 뒹굴며 분노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
찌는 둣 뜨거운 태양아래서 마지막 절규를 토하는 매미의 약해져 가는 울음소리에도 절망과 분노가 묻어난다.
벌도 나비도 새도 네발짐승들도 하늘에서 땅속에서 산속에서 모두 분노하고 있다.
무엇이 태양을 분노케하고 매미를 분노케하고 나뭇잎을 분노케할까?
아마도 이들은 상실된 가을을 분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름의 노고를 안아주고 수확의 풍성함으로 마음을 쓰다듬던 가을이 사라지고 있다.
세상은, 밤을 모르고 세상을 태울 태양의 분노에 찬 압박만이 있을 뿐이다.
가을을 느끼게 해줄 한줄기 바람을 찾아 헤매는 이들이 스스로의 분노에 침잠하고 있을 뿐이다.
여름이, 사라진 가을을 넘어 곧바로 겨울로 향해 가고있다.
그때는 절대 질 수 없는 태양까지 꽁꽁 얼어붙어 세상의 온기가 모두 사라질 지도 모를 일이다.
관용과 화해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분노를 키워가게만 프로그램된 AI처럼 스스로 생겨난 분노가 자신과 세상을 delete 시켜가고 있다.
댓글목록
연활님의 댓글

발상과 착상이 독특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시의 미덕일지요.
뭔가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시입니다.
구식석선님의 댓글

모자라는 시상과 내용 좋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연홯시인님 늘 건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