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있는 벤치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비어 있는 벤치
우리는 젖어 있는 흙을 밟고,
날 선 검은 현무암이 한가득
쌓여 있는 애월의 해변이
보이지 않는 심연 속으로 계단 층층이 나지막한
흐느낌에 어떤 음색들을 부여하는
함(函) 바깥으로 첫번째
발자국을 내딛었다.
닫힌 청록빛 철문은 녹슨 서연의 발자국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무엇인가 말하려다가 잠시 정지......또 정지...... 비릿한
파도가 끊임 없이 씻어내는
술잔 속 빨간 등대까지 빛나는 호롱불 하나 하나
이어진 길.
우리들은
교수대 하나가 황홀한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옥상으로 뭉게구름 가까이 올라간다.
사각거리는 잔디밭 너머
수평선 너머
별들을 부른다. 하나 하나 돌아눕는 창문들마다
날 내다보는 얼굴이 있다.
시를 써 넣어야 할 여백이 너무 많은
서연의 얼굴 속 풍경이 스산한 가을바다 눈꺼풀 속
죽은 매미가 나뒹굴고......
댓글목록
연활님의 댓글

시를 향한 강렬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시의 힘, 진술이 가진 독특함.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너무 좋게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