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뼈로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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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침은 매번 오는 길이 다르다
붉은 낙관을 찍으며 새벽을 부순 태양이
목련 나뭇가지에 걸려
또 하나의 아플리케를 완성한다
밤을 새워 바다에 담근 몸을 말리고 있는 태양의 깊은 문장을
나는 읽을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배달해주고 싶은 추신 같은 문장,
분명 내 안을 다녀갔으나
하늘과 바다가 몸을 포개는 수평선의 아득한 설렘처럼
너무 먼 권역 밖에서 피어오른다
내가 태양의 피 속에 사는 것인지
태양 내 안에서 내 피를 돌리는 것인지
아파보기 전까지는 생각해 본적 없다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뼈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미완의 시간, 둥글게 말린 공명이 손목을 감아 오른다
내가 마지막까지 찾아야 할 것은
햇살 뒤에 숨은 태양의 뼈다
내 생의 그늘을 개어 환약처럼 털어 넣는다.
댓글목록
최현덕님의 댓글

중심 축을 이룬 완성된 문장들이
박수갈채를 유도합니다.
무지막지하게 더운 살인더위를 션하게 씻어내리는
시 한편, 너무 잘 보았습니다.
더위에 건강하세요.
수퍼 시인님!
힐링님의 댓글

최근 시의 흐름으로 보아 오래 전
많은 고뇌들이 투영된 시라는 것이 어법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봅니다.
최근 시들은 그 투명성이 명료했다면
육화된 시어보다는 많은 것을 담고자함이
돋이는것으로 보아 얼마나 치열하게 실험적인
시어를 담글질했음을 역력하게 드러납니다.
햇살 뒤에 숨은 태양의 뼈라는 영역을 넓히는 시력은
감히 누구 넘어다 볼 수 없는 것을 짚어 봅니다.
그냥 푸념으로 봐주십시오.
입추도 이제 1주일 남았으니
여름이 마지막으로 발악을 할 것 같습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최현덕 시인님.
힐링 시인님, 부족한 글에 늘 힘이되는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더위 잘 다스리십시오. 감사합니다.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밤을 새워 바다에 담근 몸을 말리고 있는 태양의 깊은 문장' 을
읽을 수 없다는 라는 화자의 고백에 이어지는 문장에서
화자의 의지와 동경을 엿볼 수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지친 이 시대,
긍정의 새 날을 바라보게 하는군요.
시원한 암반수 한잔 마시고 갑니다~
좋은 시 고맙습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
수퍼스톰님의 댓글

더위 먹은 글에 이처럼 좋은 말씀으로 힘을 얹어주시니
제가 너무 죄송스럽고 부끄러워집니다.
석류꽃 시인님의 시를 통해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