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에 꽃이 진 자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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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난 뒤에 가슴에서 피는 이름,
너의 이름은 투명하다
그래서 너의 이름에 닿지 못하는 나는 가슴속에 종을 품고 산다
너의 이름이 허공을 건널 때면
내 심장에서는 종소리가 울렸다
밤하늘에 펼쳐진 먹지위에
별들이 매일 밤 혈서 쓰는 소리를 들으며
별의 지혈을 생각했다
한때 등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도
밤하늘에 고인 아픔에도 눈을 맞추지 못한 내 가슴에 자폐의 시간이 박혀있었다
때로는 유성이 하늘에 밑줄을 긋는 속도로
때로는 꽃잎이 떨어지는 속도로 머리와 가슴사이의 궤도를 읽었다
제 목소리를 가지고 혼자 노는 시간이 주는 위안,
좀처럼 멈추지 않는 긴 문장에 숨을 불어 넣으며 경계가 지워진 빛깔을 덧칠했다
그러나 너의 이름도 부서진 독백도 내 것으로 남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내 몸의 반은 늘 찬 별이 뜨는 밤,
몸에서 빠져나온 그림자 쪽으로 몸이 기운다
새벽 안개처럼 고요하게 침묵하는 절망의 끝은 얼마나 평화로운가
황홀한 절망을 찾아 내가 떠나는 것이 맞다.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내 몸의 반은 늘 찬 별이 뜨는 밤
몸에서 빠져나온 그림자 쪽으로 몸이 기운다
이것은 피붙이의 사랑이 아니고서는
이런 간절함에 젖어 들 수 없음을
느껴집니다. 아니면 지난날 가슴에 둔
사람이 떠난 뒤 다가오는 상실감으로
젊은 날을 묵지로 만들어 놓은 시간을 연상시킵니다.
바이올린의 가락처럼 최고의 음을 켜서
울려는 이 가락은
가슴을 절절하게 만들고 있어
저절로 울음이 솟구치게 합니다.
이것은 시인님이 지닌 시의 무기이지요.
영혼의 줄을 튕겨서 울려는 그 가락이
시인데 이 가락을 알고 있는 시인님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그 마성이라는 힘을 지녔다는
표현이 아닐까요.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힐링 시인님 예리하십니다.
장발에 통기타에 청바지를 즐겨 입던 시절,
미래를 함께 꿈꾸던 사람이 별이 되었습니다.
아내도 모르는 저의 아픔, 강산이 여러 번 변했어도 아궁이의 장작불을 휘저어 놓은 것처럼
그 사람의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젖은 책을 읽는 느낌 같은....
힐링 시인님, 평론쪽으로 도전해 보셔도 훌륭한 평론가가 되실 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소리소문님의 댓글

별들이 각혈을 내뱉는 소리에
아려오는 그곳을 지긋이 눌러버렸다.
구독과 좋아요.
수퍼스톰님의 댓글

소리소문 시인님
발걸음 흔적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