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사체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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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체의 아침
오늘 아침 거꾸로 선 세느강변 어느
쓰레기 쌓인 풀밭에서
밤새 쓸려 내려온 한 여인의 익사체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여인은 고요히
저 도도한 물결이 가만 품어준 듯 했으며,
하얀 레이스와 알코홀 가득한 병이
아메바로 가득한 위장 속에
떠다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빳빳한 신문지를 소리 높여
짖는 대신,
개는 하얀 레이스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부검의인 까마귀가 뽐내며
여인의 배를 갈랐을 때,
여인은 빙긋 웃었다고 하고 혹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는다는 듯
킥킥거렸다고 한다.
구토하고 있는 데스마스크들을 모아
여인의 자궁을 쌓은 시인이 있었다.
비틀거리는 모자를 쓴 검은 병사들이
시인을 끌고 가 어느 곰팡내
나는 담벼락 아래에서 총살시켜 버렸다.
다시 태어난 햇살이 무수한 금빛 비늘들로
파란 허공에 떠다니는 투명한
아침,
강에 잠긴 뿌연
집집마다 호화로운 거실 벽에
시즙이 뚝뚝 듣는 익사체를 매달았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햇살이 아라베스크를 그리며 회전하는 아침,
제 마음속에 둥둥 떠내려오는 익사체들.......
그 물녘의 행간에 잠시 쉬었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