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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9회 작성일 20-05-31 00:00

본문



어제를 편지봉투에 담고 풀로 단단히 붙였다. 뾰죽 솟은 가시에 혀를 대었다. 그러자 창문이 열리고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물속으로 자맥질해 들어가는 그 여인은 

돌고래처럼 유순한 잿빛. 

산호가지를 따다가 젖가슴을 가리는 것처럼.

심연으로 단련된 튼튼한 부레 안에 

열꽃이 빨갛게 퍼져 나간다.


아리따이 젖어 달라붙은 비늘 비늘마다 곡선을 타고 리듬이 흐른다. 마요르카. 기억을 잊은 푸른 파도가 피아노 건반 위를 달리는 섬.


나는 유리벽같은 허공을 가만히 민다. 읽어낼 수 없는 글발 안에서 물얼룩이 어룽거린다. 


사철 눈발이 흩날리는 설원 한가운데 들어가 시인의 흰 뼈를 줍는다. 그가 마지막 시집을 닫은 자리에서, 그 여인을 다시 만난다. 


섬세한 그늘이 지나가는 계단마다 꽃이 괸다. 

종아리가 빨간 꽃이, 

다리 사이가 어둡다. 

사계절을 유영하던 여인은 잠시 쉬어간다는 듯이 계단 위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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