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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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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39회 작성일 24-07-1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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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


         - Somewhere in Time




입안에서 구취가 구더기처럼 들끓었다

나는 몰랐다

남몰래 스스러웠지

돌이켜 보면 핑계일지도 몰라

천적인 너의 부리가 운전대를 잡고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내 몸을 가르고 내장을 입맛대로 발라내던 너

한 때, 

송곳으로 너의 두개골을 고정한 채

아나고의 기다란 등뼈처럼 기다랗게 발라내고 싶었다

사람들은 우릴 킥킥대며 전생에 부부였을 거라고 비아냥 거렸지 

닿을 수 없는 절벽을 가로지르는 콘도르처럼

마주 앉아 독주를 기울였다

웬수인 나를 향해 너는 

피를 토하며 연거푸 비워내던 소주잔처럼

고맙다고, 

고맙다고,

허물어지는 내 등골을 깃털처럼 쓰다듬었다

나는 한 마리 너의 벌새 

푸닥거리하는 무당의 살풀이처럼

나는 어둠 속에서 너의 어둠이 되어 

어둠을 불살랐다

어둠은 살라도 

사위지 않는 낙인 같은 것

나는 너의 섬이었고 

해저 삼만리 대륙붕에 침몰한 이어도 일지도 몰라

그러니 친구여! 

꿈꾸지 마라

꿈은 갯돌을 휘감으며 허옇게 온몸을 뒤집는 포말 같은 것 

노랗게 익은 봄날

장다리꽃 얼굴에 앉은 배추흰나비의  날갯짓처럼 

허무일지도 몰라

오늘 밤, 세면대 앞에 선 내가 

누런 이빨을 드러낸 채 너의 거울 속으로

투명망토를 입고 유령의 차림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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