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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녜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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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38회 작성일 24-07-14 00:51

본문

아녜스에게 



1.

일흔 해가 훌쩍 지나고서야 聖女가 되었다 

곰팡이가 짙게 깔린 매음굴이었다 

먼 길이었다

그녀는 연기처럼 무사히 빠져나왔을까  

오늘도 나는 그 먼 길을 걸으며 

산발한 집창촌의 거리에서 살과 피를 팔았다  

올가미에 낚인 살아 있는 것들의 모가지가 발버둥 치고 있었다 

저 푸른 창공으로 부치지 못한 죽음의 행간들  

눅눅한 거리에는 호곡하는 소리가 요령처럼 짤랑거린다  


2.

벌새의 날갯짓이 허밍하는 계절이다  

온몸을 꽉 조이는 너덜너덜한 살갗으로 지은  

창백한 겉옷을 벗어 내던지고 싶다  

유령처럼 기웃거리던 이 거리를 벗어나고 싶다

떠나고 싶다

눈의 포자를 덮어쓴 너의 미사포 속에 출렁거리는  

싸락눈 냄새 짙게 날리는 겨울바다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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