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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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지구
그 밤 의자는 잠들 수 없었데요.
쏟아지는 별의 눈과 입과 그 모든 노래가 가슴으로 쏟아지는 잠이 오지 않는 밤
별은 窓이 되고 희원이 되는 그런 존재였죠.
그런 어느 날 새벽이 떠나고
밤과 하늘과 의자 모두 버려졌다는 여기까지가 들풀이 아는 이야기입니다.
의자가 누구를 사랑했는지 썩어가는 다리의 불길한 예감에서 알 수 있듯
더 이상 찬란한 별의 숨소리를 들을 수 없기에
갇힌 물길을 벗어나 절룩이는 몸이 물살에 흔들릴 뿐
낙하하는 수몰의 통증만 더하는 예전의 꽃받침은 아니였지요
허공에 줄을 댄 들풀은 곤히 잠든 의자의 다리를 감싸고 있습니다.
누가 보면 부서진 의자가 들판에 버려진 것 같지만
실은 아파하는 그를 보듬고 있는 중입니다.
언젠가 돌아 올 별을 기다리며
앉을 수도 누울 수도 없는 의자의 다리를 대신해
들풀이 초록의 밤을 더듬는 중입니다.
시간이 얼마나 기다려줄까요.
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ᆢᆢᆢ
선돌님의 댓글

저도 同題의 글을 쓴 적 있지만..
이 시를 읽으니..
수몰지구의 상황을 수용한 작품이란 생각요
그 경우, '수용'이란 말은 대상을 포용하는
시인의 의식이 가감없이 표현됨을
느낍니다
좋은 시,
머물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