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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積雪
積雪주의보. 임신한 뱃속을
달려가는 기차.
연기 뿜는 검은 태아가
눈의 결정 속으로 달려 들어간다. 積雪은 그 안으로부터
눈부신 햇빛을 뿜어내고 있다. 날개 퍼덕이는
새하얀 나비를 향해 손 흔들면
내 손금에 어느새 피가 고인다.
서늘한
그늘로 덮여가는
창녀의 입안에
탯줄에 목 졸린 봉우리들이 청록빛
침을 뱉고,
낡은 레코드판처럼 홈이 파인
하늘. 거기 퍼져 나가는
내 유년에는,
찌익 찌익 기계적으로
잡음이 반복되고 있다.
푸르트뱅글러의 가는 요도를 따라
썩어가는 바늘 끝,
누군가의 날개가 내 망막에 긁히는 소리.
그래도 질주하며
살갗이 벗겨져 가는
새빨간 기차.
쏜살같이 지나가는 풍경들이
휭! 휭! 돌아가는 기차바퀴 중심으로
신을 향해 귀 먹먹한 욕설의 결정(結晶)이
찰나에 부딪치는 소리 소곤이는
소리, 흩지는 눈발이여 기하학의
꿈이여
그냥 내 이명(耳鳴) 속을 어서 지나가라.
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그래도 질주하"는 삶입니다.
콩트님의 댓글

쌓인 눈,
누군가에겐 재재바르게 읽히다가
또 누군가에겐 새하얀 나비의 날갯짓
설피도 없이 수정처럼 맑은 싱크홀
그 단추구멍을 통과하지 못한 빙편하나
천공으로 허우적거리다가
점점 발끝부터 얼어붙는 몸뚱이,
호호, 숨을 불어넣다가
가끔 듣는 즉흥교향곡이나 혹은,
카르소의 등 굽은 만으로 출렁이는 해안가
그 무덤같은 테라스에 소금인형처럼 앉아
귓구멍을 파먹으며 자지러지는 벌레 소리처럼 출렁거리는 파도
그 꼭짓점에서 나의 바다를 봅니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