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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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와의 전쟁
몇 번 입지 않은 옷인 데도
지퍼가 말썽을 부린다
저와 이해관계도 없는 옷자락을 물고 늘어져
성질 사나운 사냥개처럼 놓지 않는다
이게 한 두 번이면 내가 말도 안 한다
툭하면 이러니 이젠 여닫기도 겁이 난다
은퇴자라 정장을 입을 일이 없어
대개는 캐주얼을 걸치고 다니는데
이런 옷에 지퍼는 좀 많은가
하루 수 십 번도 더 열었다 닫았다 하니
저도 성질나기는 마찬가지겠지만
그렇다고 파업을 하면 난 어쩌란 말인가
차를 탈 때마다 교통카드도 꺼내야 하고
전화기와 기타 소지품도 꺼내야 하고
중요 용무인 화장실 출입도 해야 하는데
불시에 까탈을 부릴 때면 식은 땀이 난다
벗어서 살살 달랠 수도 없는 환경이라
가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 난감하다
혹자는 싸구려 옷이라 그렇다고 조롱조로 말하지만
번듯한 간판도 세월 앞에선 장사 없더라
저도 기운 떨어저 그렇다는데 뭘 어쩌랴
이게 다 나이 탓이려니 체념하고 산다만
어제도 이녀석 때문에 차를 놓칠 뻔 했다
어릴 적 고향에서 들었던 농담 한 마디가 생각난다
" 비는 오지요 0은 마렵지요 허리띠는 끌러지지 않지요 꼴지게는 자빠지지요... "
댓글목록
그대로조아님의 댓글

ㅋ 저도 그런 경우 더러 있습지요!
경험자라 공감하며 웃고 갑니다....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어제도 난감한 일이 있었지요.
남미 어느 나라 이름인 옷인 데도 지퍼 고장.
자주 겪고 삽니다 ㅎㅎ.
고나plm님의 댓글

시인님! 쪽지를 잘못 보내시진 않으셨는지....
이장희시인님에게 보낸다는게 저한테 왔네요
확인해보세요~^^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고니plm 시인님 미안합니다.
저도 모르고 있었네요.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