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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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 역을 정차하고 출발한 전철 안 좌석은
잘 영근 옥수수알이 꽉 들어찬 것처럼 만석이다
침묵에 침몰한 수많은 입술,
시간이 삭제될까 두려운 이들이
휴대전화 액정화면에 시선을 묻고 각자의 터널로 생각을 몰고 들어간다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있는 동안만큼은
적어도 어둠에 매몰되는 불안을 압축할 수 있을 것 같은 표정이다
매일 아침 생의 궤적을 그리며
분주히 달력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의 궤도에
얼마나 많은 선로의 마디음이
생의 한가운데를 지나 소리의 스펙트럼 무게를 껴입은 벽화로 서 있을까
질주하는 만큼 멀어져가는 소실점
둥글게 말린 공명이 선로 위에서 덜컹거릴 때마다
옹이로 굳어가는 어깨가 흔들린다
자신도 모르게 휴대폰의 파란 빛깔에
셀 수 없이 담금질하여 뒤엉킨 뇌는 세상과 한층 가까워졌으나
알 수 없이 팽배하는 불안감이
마음속 깊은 곳에 진한 빗금을 긋는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하트에 목말라 휴대전화의 영상에 녹아버린 목소리,
타인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침묵을 사육하고 있는 이들에게서 나는 스키너의 비둘기를 보았다
나도 그 비둘기를 닮아가는 중이다.
댓글목록
힐링링님의 댓글

인간의 보상 심리!
무엇인가를 사람을 통해 채워야 하는 이 절대적인 보상 심리는
존재감의 상징일 것입니다.그러기에 이전 시대는 편지를 통해서
생의 전부를 담았고 전화가 나온 이후 음성을 통해서 열망했던
친근감과 거리감을 좁혔다면 이후 스마트 폰은 지구촌 전체를
아우르는 소통의 공간으로 확대되었는데 이 속에서 자기란 존재의
소외감에서 멀어지지 않으려고 소통에 소통을 거듭하지만 근원적인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은 뭉크의 자화상으로
남는 거죠. 스마트폰의 이전에는 책이란 절대적인 공간은 인간의
따뜻한 연결고리가 있었는데 이젠 이 연결고리가 스마트 폰이
모두 도맡아 상실감을 몰고 온곤합니다. 더 행복해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 소외라는 불행으로 멍 들어가는 것을 직시 하는
이 시는 현대인 내적의 고뇌를 풀어냈다는것을 시사합니다.
타인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침묵을 사육하고 있는 있는 이들에게
현대인의 고독한 영혼을 이렇게 펼쳐 놓은 시들이 많은 것 같으나
읽어보면 어딘가에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에 반해
이처럼 상징성을 확대해서 재조명된 시어법은
수퍼스톰의 시어법인것을 다시금 언급하고 싶습니다.
사물의 깊이와 현대인들 자아의 상실을 이처럼
평이하게 끄집어내어 해부하는
그 힘이란 진정 무엇일까요.
다시금 박수를 보냅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이장희님의 댓글

2연이 참 좋네요.
전철 가끔 타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휴대폰 보느라 정신없더군요.
예전엔 신문 보는 사람들이 많던데 시대가 많이 변했네요.
나도 열차에 타서 떠오르는 무언가 시감이 잡히면 꼭 메모해서 집에 빨리가고 싶더군요.
마지막연 공감합나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힐링 시인님
힐링시인님의 품격 있는 시평이 제 시보다 더욱 돋보입니다.
어떤 문학평론가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분이심을 의심치 않습니다.
평론가로 활동하시면 한국 문단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실 분 같습니다.
언제 부턴가 손에 휴대폰이 없으면 왠지 불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중독 수준이지요.
요즘 대부분 SNS 개인 계정을 개설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글이나 사진을 올려 대중으로부터 관심을 유도하고...
관심도에 따라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이런 모습에서 심리학자 스키너의 비둘기 실험이 떠올라 작성해 보았는데 많이 부족하네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장문의 시평을 주시는 수고로움에 감사드리고 또한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힐링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이장희 시인님 오셨네요.
세상의 변화가 참 빠르게 진행됩니다.
깜박 잊고 휴대폰 없이 외출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괜히 불안합니다.
특별히 기다리는 전화도 없는데 그냥 허전하지요.
방문해 주시고 발자국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