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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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날
어스름이 찌그러진 양은냄비처럼 산더미로 쌓였다
8월의 햇살이 일몰을 삼키며 용광로처럼 이글거렸고
뒤뚱거리는 오리궁둥이처럼 비포장 오르막길을 오르시던 아버지의 술 취한 물갈퀴
침몰하는 폐선의 흘수선이 골목 어귀에서 꼬르륵거릴 때
숨을 참지 못한 녹슨 철대문이 기도를 활짝 열었다
마당 가장자리 시멘트블록에 통발처럼 갇힌
보라색 모자를 쓴 나팔꽃이 저녁연기처럼 함박웃음을 쏟아낸다
바자랑대에 걸린 구겨진 작업복처럼 축 늘어진 할머니의 한숨
타박하는 할머니의 도리깨질 너머 어머니가 촛농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댓글목록
안산님의 댓글

일몰이 햇살을 삼키는 것이 아니라
" 햇살이 일몰을 삼키며 용광로처럼 이글거렸고 "
詩가 어떤 문학인지 명쾌하게 설명이 됩니다.
아버지, 폐선,녹슨철대문, 보라색 모자를 쓴 나팔꽃 ..
어는 것 하나 헤프게 볼 수 없는 시의 소중한 재료군요.
오늘도 한 수 배우며 쉬다 갑니다. 콩트 시인 님.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늘 부족한 글에 마음 놓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