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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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날들
스레트 지붕 위로 석면이 홀씨처럼 날리던 날 마당에는 찌그러진 양은 냄비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국민학교 3학년 여름 방학 어느 날, 공장인지 고물상인지 분간할 수 없는 작은 아버지 댁에 갔다 작은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공장 같은 그 집, 한쪽 다리를 절룩거리는 625 참전 용사 미카엘 아저씨를 닮았다 부러진 안경다리처럼 중심을 잃고 헤매던 그날 구슬치기하다 태식이 형과 싸우고 헤어졌다 명륜동에서 동의대까지 5시간 20분을 걸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서로 볼 수 없었고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놈이 약을 먹었다며 아버지가 찌그러진 양은 냄비가 되어 용광로 속에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나는 허수아비가 되어 멀뚱멀뚱 천장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어둡고 무거운 은유의 날들을 펼치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시간 되세요.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편안한 월요일 저녁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