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 > 창작시의 향기

좁은 원룸.
단둘이 사는 형제.
 
하루 종일
부대끼다 보면
 
툭...
탁...
툭..
탁..
툭툭,
탁탁,
툭툭탁탁!
탁탁툭툭!
툭탁툭탁!!
탁툭탁툭!!
 
.
.
.
.
.

그런데 어쩐 일인지,
동생이 조용하다.
 
형은 쾌적해서 좋다.
조용한 하루, 조용한 밤.
매일 오늘만 같아라.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자...
슬슬 심심해진다.
 
발끝으로
가만있는 동생을
괜히 건드려 본다.
 
툭,
.....
툭!
...
툭툭!
....................
 
평소 같으면
발끈했을 녀석이
반응이 없다.
 
잔뜩 웅크린
동생을 살피던 형은
작아진 동생을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곧 깨닫는다.
동생이 작아진 게 아니라,
자기만 혼자 훌쩍 자랐음을.
 
미안하고 안쓰러운 형은,
아픈 동생을
온몸으로
꼬옥-
감싸 안는다.
 
마치...
이만큼의 공간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듯이.

 

- 초음파에 찍힌, 어느 일란성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